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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이 만나는 그곳

빗소리 위에 흐르는 쇼팽.. 본문

글과 그림/산문

빗소리 위에 흐르는 쇼팽..

대전은하수 2025. 6. 22. 11:10

비와 쇼팽..

어젯밤까지 내리던 비가 일요일 아침엔 화창하게 개었다

장마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 같다.

조용한 아침에 감미롭게 간질이는 커피 향을 맡으며

음악을 튼다. 

비를 생각하며..

때론 조용하고 서정적으로  때론 격정적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첫 번째 운전 중일 때, 

출퇴근 시, 출장 시, 부모님 뵈러 갈 때 등

 

두 번째는 주일 아침, 

커피 한잔과 레코드판을 돌릴 때 

 

세 번째는 갑자기 문득 센티한 기분이 엄습할 때,

한잔의 술과 음악에 취하고 싶을 때

요즘처럼 장마철이거나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릴 때면 

빗소리와 함께 음악에 취해 정신이 혼미해진다.

 

내가 느끼는 비와 가장 어울리는 음악은 

단연코 피아노 소리다.

 

쇼팽!

 

"빗방울 전주곡"  

당당당당 당당당당...

피아노 소리로 비를 연주하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 

비를 연상하는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쏟아지는 비를 흠뻑 맞으며 

인생을 달관한 듯 

걷고 있는 느낌을 준다

 

"강아지 왈츠" 

차 지붕에 톡톡 튀는 경쾌한 빗방울 소리

기분이 가볍고 상쾌해지고 

운전 중에 몸이 실룩실룩 

선율에 따라 움직인다

 

"녹턴(야상곡)"

어둠이 내린 도심에 잔잔히 내리는 비에 

적셔져 가는 가슴

21번과 녹턴의 여러 곡들은 심금을 울린다

빗 속에 조용히 내뱉는 독백처럼 잠겨간다

몸과 마음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듯 

빗 속의 피아노 선율은 가슴을 후벼 판다

 

"이별의 곡(에튀드 3번)"

녹턴과는  다른 맛의 피아노 선율

쏟아지는 빗속에 사랑도 이별도

멜로디에 잔잔히 실려 천천히 가슴에 스며든다.

연습곡으로 쓰인 이 곡은 쇼팽 자신이 평생 이처럼 아름다운 

선율은 작곡해 본 적이 없다고 스스로 말했다고 한다.

정말 피아노 음악의 정수를 보여 주는 듯하다

 

"즉흥 환상곡"

피가 퍼붓는 출근길에 즉흥 환상곡을 틀고 운전하며

비 내리는 장면을 영상에 담았다

피아노 건반에 빠르게 움직이는 손가락이 그려진다

입으로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빠른 피아노 소리

피아노 현을 두드리는 해머의 현란한 움직임에 

그 떨림이 공명판을 타고 확장되어 내 귓전을 때리고

마음을 울린다 

스스로 흥분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음악은 나의 기분을 안정적으로 치유해 주고 

생각의 깊이를 더하며

피아노 소리는 잊고 있던 추억과 감정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