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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민 감성 에세이
[테레비] 옹기종기 모여 앉아테레비 화면에 집중하던 아이들이 그립습니다. 테레비 주인은 싫은 내색 하나 없이뒤에서 흐뭇하게 아이들을 바라보았습니다.그러나 시간이 되면테레비 문을 드르륵 닫았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아이들은 각자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제야 테레비 주인은조용히 밥상을 폈습니다. * 50년도 더 지난 이야기지만 문득 떠 올려 봅니다. 순박하고 정이 넘치던 아름다운 시절.
인생이란저기로 부터 와서잠시 폼을 잡다가저리로 간다.인생은 덧없다가을의 정취는 잠깐돌아서는 발길이 쓸쓸하다가을은 원래 그런것이다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카루소가 들린다.
짙은 안개와 선율, 그리고 하늘의 한 줄기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계 바늘이 6시 20분 시동을 걸었다. 아직 어둠의 잔향이 묵직하게 감싸고 있는 도시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올라탔다. 세상은 짙은 안개 속에 차분히 잠겨 있어 날이 밝아 오는지 마는지 알수가 없었다. 마치 꿈속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환영을 따라 헤매는 듯 몽환적인 기분이었다. 손끝에 전해지는 핸들의 감촉과 차 안을 나지막이 채우는 라디오의 선율만이 나의 정신을 붙잡아 주는것 같다. 얼마쯤 달렸을까. 차령터널의 조명을 뚫고 빠져나오는 순간, 거짓말처럼 세상이 환하게 열렸다.눈앞에 펼쳐진 파란 하늘 한가운데, 수평을 그리며 곧고 가늘게 쭉 뻗은 한 줄기 구름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유난히 맑게 그어진 그 궤적을 바라보는데, ..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무슨 걸그룹에 관심을 가지느냐 할 수도 있겠다. 나는 어릴 때부터 문화예술계에 관심이 많았지만, 정작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지 못했다. 그래서 내 딸들에게 은연중에 기대를 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딸들은 내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그래서일까. TV에 젊은 여성 아이들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내 딸들과 비교해 보게 되고, '저기에 내 딸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을 늘 품어왔다. 요즘은 세상을 물들이고 있는 여성 아이돌 그룹 '리센느'에 푹 빠져 있다. 아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젖어 들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 아이들이 나오는 영상들이 알고리즘을 타고 계속 내 눈앞에 나타나니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고, 이제는 스스로 찾아보는 지경에 이..
오늘 연휴의 두 번째 날 오후, 음악을 듣는다. 이것저것... 장르를 넘나들다 영화음악이 손에 잡혔다. 그중에 '시네마 천국'의 잔잔한 선율이 흐른다. 워낙에 유명한 영화이고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과 함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의 장면들이 떠오를 것이다.문득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아름다운 향수나 세대를 초월한 감동적인 우정을 말한다. 하지만 내가 선율 끝에서 떠올린 것은 그 따스한 명장면들이 아니라, 수십 년이라는 세월이 만들어낸 '망각의 냉정함'이었다. 성인이 되어 로마에서 성공한 영화감독이 된 토토. 그는 수십 년 동안 고향 잔칼도를 단 한 번도 찾지 않았고, 자신을 그토록 아꼈던 알프레도에게 전화 한 통 먼저 걸지 않았다. 영화는 그가 어..
클래식 음악의 마니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즐겨 듣는 편이다.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내가 아는 곡이면 괜히 반갑다. 제목이 순간 떠오르지 않아도 익숙한 선율은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러다 "어, 이거 제목이 뭐지?" 하며 휴대전화 앱으로 곡명과 작곡가를 찾아보기도 한다.오늘 아침 출근길은 유난히 기분이 좋았다.나는 평소 클래식 작곡가 가운데 차이코프스키가 정서적으로 나와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해 왔다. 그의 음악에는 서정과 비애,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적인 온기가 함께 담겨 있다.나의 정서와 딱딱 맞어 떨어지고 쉽게 감정이입이 된다.차 안에 흐르던 음악이 금세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임을 알아차렸다. 너무나 유명한 곡이고 오랜동안 들어왔던 익숙한 곡이기 때문이다.흔히 세계 3대 바이올린..
어두운 부엌, 모두가 잠들어 고요한 밤. 흔들리는 촛불 하나에 의지해 머리를 책에 묻던 때가 있었다. 예로부터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말이 있었다. 여름밤 반딧불이를 모아 주머니에 담고, 겨울에는 창가에 쌓인 눈빛에 기대어 글자를 익혔다는 이야기. 이런 옛날 이야기는 한때 청춘들에게 아득한 신화처럼, 유일한 이정표처럼 전해졌다. 그때의 세상은 단순하지만 분명했다. 가난과 궁핍으로 뒤덮인 좁고 거친 개천. 그 물살을 거슬러 올라갈 수만 있으면, 결국에는 하늘로 올라 ‘용’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언론마다 자주 등장하는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는 모두의 부러움과 희망을 불러일으켰고, 많은 학생들이 그 길을 꿈꿨다. 좋은 대학의 문, 고시에 합격하는 관문은 개천 끝에 놓인 ‘용문’이었다. 그 관문을 통과..
연휴가 끝난 화요일 새벽의 고속도로는 비교적 한산했다. 언제나처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잠을 쫓았다. 음악을 따라가다 문득 '소풍'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헤집고 들어왔다. 가을의 정취가 더해지는 차창 밖 풍경이 밝아오면서 국민학교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기도 했다. 봄에는 체육대회, 가을엔 소풍. 소풍하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미군 장교가 구한말 조선에서 보낸 시간을 소풍에 비유했던 장면이 인상 깊었다. 그의 인생에 조선에서의 나날은 하나의 피크닉처럼 느껴졌던 모양이다. 이런 이야기를 담아낸 작가의 상상력에 감동했었다. 나에게 소풍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어머니의 김밥, 장기자랑, 그리고 오락시간의 수건돌리기와 보물찾기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마음은 늘 등 뒤에 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