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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소리, 골목의 역사 본문

일상/에세이

잊혀진 소리, 골목의 역사

대전은하수 2025. 7. 7. 20:45

찹쌀떡이나 메밀 무욱~

징~~~ 굴뚝 뚫어!

뻔~ 뻔 디기디기디기~

똥 퍼요~ 똥 퍼!

칼이나 가위 갈아요~

밥 좀 주이소 네~~~

요즘 아이들은 무슨 소린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들어 본 적도,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1970년 이전에는 동네에서 흔히 들리던 시대의 소리들이다.

잊혀 가는 정겨운 소리라고 해야 할지, 시대의 아픈 외침이라고 해야 할지..

세계 12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대한민국이 불과 50년 전 만해도 어렵고 힘들게 살던 시절이 있었고

궁핍했지만, 작은 것도 주고받는 정이 넘쳤고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아름답고 사랑스럽던 낭만의 세월이었다.

"뚫어~ 뚫어요 굴뚝~"

아궁이에 나무를 때서 방을 덥히고 밥을 해 먹던 그 시절 타고 남은 재들이 구들장과 굴뚝이 막혀 연기가 잘 빠지지 않으면 집 안에 연기 가스가 가득했다.

그 막힌 굴뚝을 뚫어주는 직업이 생겼으니 '굴뚝청소부'였다.

큰 풍로와 대나무를 쪼개 이어 붙여 길게 만들어 둘둘 말아 어깨에 짊어지고, 꽹과리 같은 징을 들고 다니며 한 번씩 쾅하고 치면 "징~~~"소리와 함께 "뚫어~ 굴뚝 뚫어!"하고 외치며 손님을 불렀다.

그 후에 아홉 개의 구멍이 뚫린 연탄인 '구공탄'이 생기면서 차음 굴뚝청소부는 사라져 갔다.

"뻔데기~ 뻔 뻔 뻔데기~"

 

조그만 구르마를 만들어 끌고 다니며 그 위에 큰 솥을 얹어 번데기를 끓여 조각낸 신문지로 원뿔모양의 봉지에 번데기를 담아 팔았다. 주로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 앞이나 골목을 누비며 길고 깊게 소리 내어 손님을 불렀다. "뻔~ 뻔~ 뻔 디기 디기 디기" 파는 아저씨의 성향에 따라 "뻔디기 뻔디기 뻔뻔 디기디기"하며 재미나게 아이들의 호기김을 자극했다.

"찹쌀떠억~ 메밀무욱~"

겨울밤이면 어두운 골목길을 누비며 양 어깨에 길게 짊어진 상자 2개엔 찹쌀떡과 메밀묵이 들어 있었다

"찹쌀떡이나 메밀무욱~" 찬 공기를 가르며 방안에 조그맣게 들리던 군침 도는 소리.

동네 가게 앞에 '호빵'이 생기고 예전보다는 군것질로 먹을 것들이 많이 생기면서 그들도 차츰 물러나게 되었다.

낮에는 자전거에 그라인더와 숫돌 같은 것들을 싣고 다니며 소리치는 사람이 있었다.

 

"칼 갈아요~" "가위 갈아요"

모든 것이 귀하던 시절, 칼이나 가위 등 무엇이든 고쳐 쓰고 갈아 쓰고 오래 써야 되는 시절에 또 하나의 새로운

직업이었다.

녹슬거나 무뎌져 잘 안 드는 칼, 가위 등을 그라인더와 숫돌에 갈아 반짝반짝 새것처럼 만들어 준다.

날이 잘 섰나 아고 하늘에 좌우로 돌려가며 살펴보던 손님들.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정겨운 모습들이다.

"똥퍼~"

요즘 아이들은 시골에 가도 구경하기 힘든 재래식 화장실, 푸세식이라고 불렀던 옛날 화장실..

변솟간, 똥뚜간이 꽉 차면 이 변들을 퍼서 치워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분들을 '똥퍼'라고 불렀고

그분들은 골목골목을 다니면서 "똥퍼요 똥퍼~'를 외쳤다. 변소를 긴 나무에 붙들어 맨 큰 깡통으로 변을 퍼서 어깨에 짊어지고 날라 버렸다.

 

딸랑딸랑~
"따끈한 두부가 왔어요~"
두부, 콩나물, 가래떡을 파는 소리.
그 소리는 바람을 타고
아궁이 연기처럼 골목골목 퍼져 나갔다.

소리 따라 어머니는 집 밖으로 나섰고,
아이들은 수줍게 문틈으로 세상을 구경했다.

그 골목에 울려 퍼졌던 생활의 소리들이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다.
세월의 무게 속에,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

"깡 깡 깡 깡" 깡통 두들기는 소리~

정말 지금 생각해도 가슴 아픈 직업?, 아니 직업이 아닌 생존의 갈림길에서 살기 위에 외치던 소리도 있다.

깨진 사기그릇이나 깡통 같은 것과 수저하나 주워 들고 이리저리 방랑하며 집 대문 앞에서

외치던 절규 같은 소리. "밥 좀 주이소 네~" 깡통을 수저로 두들긴다

"밥 좀 주이소 네~~~~" 사람들은 그들을 거지라고 불렀다.

6.25가 끝나고 전쟁고아들과 베이붐 세대들이 쏟아져 나온 시대의 아픈 산물들이었다.

그들의 외침은 고단한 삶의 투쟁이고 나와 가족의 생계를 위한 몸부림 같은 것이었다.

점차 사라져 없어진 직업들, 급변하게 된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되었지만

그 시대를 살아왔던 우리에게는 가슴 아픈 시대의 절규 같은 외침으로 들렸으며, 어찌 보면 아름다운 소리, 정겨운 소리와 사람들이었다.

무시받고 천대받던 직업들,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참 고마운 분들이었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따듯한 밥 한 끼, 깨끗한 굴뚝, 새것 같은 도구들, 많은 사람들이 편한 혜택을 누리면서 생활하게 되었던 것이 아니었던가.

그들의 외침은 단순히 추억을 넘어서 영원히 기억해야 할 아름다운 역사의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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