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하늘과 땅이 만나는 그곳

날마다 죽는다 본문

일상/시

날마다 죽는다

대전은하수 2025. 6. 13. 20:48

또다시 눈을 떴다

또 하루 살아진다

오늘도 죽어 간다

 

창은 죽음의 빛이 밝아 온다

해와 구름이 싸움을 하며

하루는 저물 것이다

 

시계를 부숴 버려도

시간은 흐르고 도망간다

나는 또 하루를 죽는다

 

지워져 가는 나의 삶

긴 세월이, 남은 시간이

하루하루 죽는다

 

마음은 파란 하늘

머리는 온통 먹구름

날마다 흐려져 죽는다

 

[해설]

이 시는 삶에 대한 깊은 피로감과 절망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삶 속에서 죽음을 느끼는 화자의 감정이 절절하게 나타나 있어요.

반복되는 절망과 소멸

  • "또다시 눈을 떴다 / 또 하루 살아진다 / 오늘도 죽어 간다": 아침에 눈을 뜨는 행위가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단지 또 하루를 죽어가는 과정으로 인식됩니다. 삶의 매 순간이 소멸로 느껴지는 깊은 허무함과 무력감이 잘 드러나 있어요.
  • "창은 죽음의 빛이 밝아 온다 / 해와 구름이 싸움을 하며 / 하루는 저물 것이다": 아침 햇살조차 '죽음의 빛'으로 느껴질 정도로 화자의 내면은 어둡습니다. 해와 구름의 싸움은 외부 세계의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화자에게는 하루가 저물어가는 과정, 즉 자신의 삶이 끝나가는 과정으로 비춰집니다.

시간의 무력감

  • "시계를 부숴 버려도 / 시간은 흐르고 도망간다 / 나는 또 하루를 죽는다": 시간을 멈추고 싶지만, 시간은 화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 버립니다. 시간을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극대화되며, 이로 인해 화자는 또 하루를 '죽게' 되는 고통을 겪습니다. 시간이 자신을 잠식해가는 존재로 느껴지는 것이죠.

삶의 소멸과 내면의 갈등

  • "지워져 가는 나의 삶 / 긴 세월이, 남은 시간이 / 하루하루 죽는다": 화자의 삶 자체가 마치 지워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과거와 미래, 현재의 모든 시간이 '죽음'과 연결되며, 자신의 존재가 점점 사라져 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 "마음은 파란 하늘 / 머리는 온통 먹구름 / 날마다 흐려져 죽는다": 이 구절은 화자의 복잡한 내면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본래의 마음은 **평화로운 '파란 하늘'**처럼 맑고 싶지만, 현실의 생각과 고통은 **'먹구름'**처럼 드리워져 있어요. 이 내적 갈등이 결국 화자를 매일 '흐려져 죽게' 만듭니다. 순수했던 마음과 고통스러운 현실 사이의 괴리가 화자를 더욱 힘들게 하는 모습입니다.

이 시는 삶의 의미를 잃고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화자의 깊은 절망감, 무기력함, 그리고 존재론적인 불안감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삶의 모든 순간이 죽음과 연결되어 있으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 점차 소멸되어 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아프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일상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욕망의 수증기  (0) 2025.07.02
나의 사랑, 바람은 없다  (1) 2025.06.13
새벽길  (0) 2025.06.09
하루의 끝에서  (0) 2025.05.28
시선이 머무는 곳  (1) 2025.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