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악장- 쉬어가는 인생
인생을 달리다 보면 출발이 모두 똑같은 선상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느낀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냥 살아진다는 아무 생각 없이 걷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인생을 달린다고 느낀 그 순간은 힘차고 강력하게 자신 있게 뛰쳐나가는 것이 대체적인 모두의 시작일 것이다
발바닥이 안 보이도록 뛰고 꽁무니에 불이 붙듯 뛰어 나가는 사람도 있고, 남이 뛰니까 나도 "어 뭐지" 하며 같이 튀어 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박차고 출발은 멋지게 했지만 내가 왜 달리고 있는지 왜 남들과 경쟁해야 하는지 하는 의문도 들기도 하고
좀 쉬면서 걸으면서 숨 고르기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클래식 음악 속 2악장은 언제나 내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삶의 빠른 템포 속에서 문득 멈춰 서서, 내면을 들여다보는 그 순간의 감정을 이야기한다고 할까?
클래식 음악을 듣다 보면 교향곡이던 협주곡이던 보통은 3~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음악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들어온 음악은 대부분 그렇다
1악장의 느낌은 강력함이라기보다 일반적을 빠른 템포로 시작한다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띄우고 긴장감을 줌으로 해서 이 음악이 말하고자 하는 느낌을 전달한다. 전체적 감정을 풀어놓는다
나의 인생에 비교하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고 볼 수 있다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은 영화의 삽입곡으로도 유명하다 '엘비라 마디간' 이루어질 수 없는 젊은 남녀의 슬픈 사랑이야기, 교향악단의 잔잔한 음악이 흐르다 피아노 선율이 더해지면 푸른 전원에 남녀의 슬프고 사랑스러운 뒷모습이 떠오른다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은 첫 도입부터 피아노의 도입이 심금을 울리며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은 장송곡 같은 묵직한 분위기로 내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잔잔한 흐름이,
여기에 모짜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을 연결하여 들으면 거의 실신한 듯 나의 뒤꼍길을 돌아보게 된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처럼 아주 심오하며 깊은 바닷속의 숨 막히며 쥐어짜는 선율은 아닌
잔잔히 퍼져 오르는 물안개 같은 2악장들의 음악이 필요한 세상이다
음악에 있어 1악장은 전체적 분위기를 보여 줌에서 2악장은 보통 느리게 한숨 쉬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살랑이는 바람이 나부끼는 나뭇잎처럼 사람의 마음을 쥐어 흔든다.
2악장은 어쩌면 인생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 어려움에 맞서거나 슬픔을 느끼는 순간, 혹은 잔잔한 행복감에 젖어 살짝 미소 짓는 때와 같을 것이다. 빠르게 달리던 이 길을 잠시 멈 주변을 둘러보거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성찰의 시간이 2악장에 비유될 수 있겠다.
여러 곡을 들어봐도 항상 2악장의 숨 막히는 잔잔함과 서정적인 선율은 마음으로 느끼는 아름다운 그림과 머릿속을 간질이는 부드러움 속의 숨어 있는 날카로운 칼 날의 세밀함이 어울려 있다.
나는, 우리는, 2악장이 필요하다
치열한 격동의 세월을 겪으면서 나와 또는 세상과 투쟁을 통해 얻어지는 것도 있을 것이나
나는 누구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나?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잃어버리고 노친 것인지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의 존재 의미나 여유로움의 자기 본연의 모습은 잃어버리는 안타까움의 세상을 살아가는 나의 세상은 2악장처럼 조용히 멈춰 서 한숨 고르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